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쓴 『순수이성비판』에 보면 칸트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경험해 보지 않은 선험적 영역에 있는 하나님을 인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이란 개념은](형이상학은) 전적으로 경험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사변적인 이성 인식[일뿐]이다. (...) 세계 안에도, 세계 밖에도 세계와 인과적으로 결합해 있는 어떤 단적으로 필연적인 [하나님이라는] 존재자는 있지 않다. (...) 최고 존재자라는 [하나님] 개념은 많은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이념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한낱 이념이기 때문에 그것에만 의지해서 실존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대하기에는 전적으로 무기력하다.”(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순수이성비판』 (파주: 아카넷, 2006(1판), 1권 181, 2권 667, 778.)
칸트가 인간의 이성으로 하나님을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립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유한한 이성으로 무한하신 하나님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칸트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만약 인간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칸트의 말은 틀리게 됩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하나님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계시를 주신다면 인간은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계시를 통하여 인간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이 계시로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칸트의 주장은 반은 틀립니다. 에베소서 1장 17절에서 바울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라고 말씀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해 주시면 우리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간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계시의 은혜를 주셔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받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11-12절을 읽겠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자기가 전한 복음은 사람의 뜻을 따라 된 것도 아니고,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배운 것도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주시는 계시를 통하여 예수님이 하나님이며, 구원자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난 주간에 달과 지구가 대화를 나누는 주제를 다룬 연극을 봤습니다. 물론 달이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연기자가 달을 대변해서 말을 하고, 연기자가 지구에서 온 기계 탐사선을 대신해서 달과 대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들 가운데 인상 깊은 대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달이 지구에서 온 탐사선에게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너무나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특히, 달의 바다에는 모래밖에 없는데 지구의 바다는 바닷물도 있어서 너무 아름답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지구에서 온 탐사선이 지구의 바다를 더 소개하면서 지구의 바다는 바닷물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모래도 있고, 바다속에는 각종 해양 식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달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달을 연기하는 여자 연기자도 달이 아닌데도 괜히 불쌍해 보였습니다.
우리가 지구에 산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지구에 공기를 만들어 주셔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든지 믿지 않는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공기를 마시며 살게 해주셨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지구에 태양을 비춰주시고 비를 내려 주셔서 농사를 해서 먹고 살게 해 주셨습니다. 우주 전체에서 볼 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지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주 전체에서 지구는 에덴동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들이 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구를 보면서 하나님을 알도록 계시해 주셨습니다. 사도행전 14장 17절에 “[하나님이 지나간 세대에] 자기를 증언하지 아니하신 것이 아니니 곧 하늘로부터 비를 내리시며 결실기를 주시는 선한 일을 하사 음식과 기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셨느니라”고 말씀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자연을 통하여 음식을 주시면서 하나님을 계시해 주셨습니다. 이것을 신학적으로 하나님의 일반 계시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일반 계시를 주셔서 인간은 먹고 마시며 육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이 시간 일반 계시를 통하여 여러분을 먹게 하시고 보살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은 일반 계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어디로 눈을 돌리든지 세상의 모든 미세한 부분에 적어도 하나님의 어떤 영광을 드러내는 섬광들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 하나님은 모든 자연을 다스림으로 우리가 하나님 자신을 깊히 주목하고, 우리 믿음의 길을 그 자신에게로 정하고, 예배하며, 간구하기를 원하신다.”(존 칼빈/ 문병호 옮김, 『기독교 강요 1』 (서울: 생명의말씀사, 2020(초판), 199, 207-208.).
로마서 1장 19절에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을 [피조물]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고 말씀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세상 모든 피조물을 보면 볼수록 하나님을 알게 되도록 하나님이 일반 계시를 주셨습니다. 심지어 아름다운 꽃 한송이를 보면서도 우리는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일반 계시를 주셨습니다. 여러분 모두 하나님이 주신 일반 계시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일반 계시를 통해서는 우리가 하나님이 우리 육신을 먹이신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특별 계시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오늘 본문 15-16절을 읽겠습니다. 바울은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를 택정하시고 은혜로 부르신 하나님이 그의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이방에 전하기 위하여 예수님을 내 속에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입니다. 바울의 마음에 하나님이 특별 계시인 예수님을 보여주셨을 때 바울은 자기가 죄인임을 깨닫게 되고, 이 죄로부터 구원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이 예수님을 보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19세기 화란의 개혁주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는 일반 계시와 특별 계시의 차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일반 계시는 죄인인 인간에게 충분하지 못하다. 일반 계시는 은혜와 용서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른다. (...) 성경은 특별 계시의 책이다. (...) 일반 계시가 충분하지 못하기에 인간의 타락 후에 특별 계시가 덧붙여졌다. (...) 그리스도 안에서 핵심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특별 계시는 하나님이 자신의 타락한 피조물들을 구원하기 위해 얼마나 낮게 내려올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 (...) 따라서 특별 계시란 구원론적 성격을 띤 ‘구원 계시’라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헤르만 바빙크/ 박태현 옮김, 『개혁교의학 1』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1(초판), 429, 443, 464, 466, 469.).
일반 계시를 가지고는 하나님의 창조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음식을 얻고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우리가 죄로부터 구원을 받는 길은 알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보여주신 특별 계시인 예수님을 보여주셔야만 죄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간 하나님이 여러분들에게 일반 계시를 보여주실 뿐만 아니라 특별 계시를 보여 주셔서 육신의 생명을 얻으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생명도 얻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전 장신대의 교수이셨던 주선애(1924-2022) 교수님이 1970년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집이 망원동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셨습니다. 어느날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기 위해 망원동의 뚝방 길을 걷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뚝방 아래에서는 안 보였는데 뚝방에 올라서보니까 한강변쪽으로 끝도 없는 뚝방판자촌이 있었던 것입니다. 판자로 집을 만들고 가마니로 문을 한 집도 있고 수도 시설이나 화장실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빈민촌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때 주선애 교수님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하나님 왜 보여주셨습니까”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학교에 가서 수업 시간에 말했더니 그 중에 이상양이라는 나이 많은 전도사가 자청하여 그곳에 가서 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상양 전도사는 그 뚝방촌에 들어가 빈민들과 함께 살며,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소개해 주고, 야학을 하고, 의료보험도 만들어 주고, 주택도 짓어주고, 교회도 세워서 그 뚝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주선애 교수님이 “하나님 왜 보여주셨습니까”라는 말에는 하나님이 일반 계시와 특별 계시를 동시에 보여주신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계시는 망원동의 빈민들이 먹고 살고, 공부도 배우고, 의료 해택도 받고, 집도 얻을 수 있는 육신적인 은혜를 베풀라고 보여주셨다면, 특별 계시는 교회를 통하여 예수님을 믿고 죄로부터 구원을 얻는 복음을 전하라고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기의 이성으로는 하나님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이 일반 계시를 주시고, 특별 계시를 주시면 하나님을 경험하고,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간 하나님이 여러분들에게 일반 계시를 보여주셔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이 먹을 것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시기를 바라고, 특별 계시를 보여주셔서 죄로 말미암아 멸망받지 않고 구원을 얻는 축복을 주신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게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 시간 우리
성도들에게
일반 계시를
보여 주셔서
오늘도 이 세상에서
먹을 것을 주시고
살려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하시고
특별 계시를
보여주셔서
예수님을 믿고 죄로부터
구원을 얻고
영생을
누린다는 사실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