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계몽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비판’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그 대표적인 책입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이상학이 모든 학문들의 여왕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형이상학을 멸시하는 것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그러므로] 순수이성 비판 없이 형이상학을 후세에 유산으로 남길 수는 없다.”(임마누엘 칸트/백종현 옮김, 『순수이성비판 1』 (파주: 아카넷, 2006), 166, 191).
칸트는 자기 이전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신 개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신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칸트의 비판으로 신에 대한 개념이 칸트 이전과 칸트 이후의 신개념으로 새롭게 구분지어 졌습니다. 비판은 기본적으로 분리하고, 나누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도 칸트식의 비판은 건전한 비판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비판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비판이라면 그 비판은 좋지 않은 비판입니다. 여러분은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비판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1절에서 예수님께서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을 통하여 유대인들의 비판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비판 문화를 낳은 것은 율법주의 때문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율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율법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월이 흐르면서 율법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 더해지면서 율법주의로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때만 하더라도 주일에는 교복을 입고 교회에 가야 했습니다. 어느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학생회 회의를 했는데 안건이 요즘 학생들 중에 교복을 입지 않고 교회에 오는 것을 비판하는 회의였습니다. 당시에는 누가 그런 법칙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주일에 교복을 입고 예배를 드려야 경건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예배는 경건하게 드려야 하는데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경건하게 보이니까 주일에 교복을 입고 나와야 한다고 해석했던 것 같습니다. 사복을 입고 나온 아이들은 분량하다는 등, 자랑을 하기 위해서 입고 나왔다는 등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신앙생활의 본질이 아닌데도 자신들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구분하고, 나누는 기준이 되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신앙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나와 남을 구분하는 비판의 문화를 낳았던 것입니다.
유대인들 가운데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잘못 해석해서 율법주의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은 거룩하고 다른 사람들은 부정하다고 비판 했습니다. 유대인은 선민이고 이방인은 부정한 존재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자기의 지식이나 신념으 지나치게 맹신하면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비판하는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은 비판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6절에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여기에 거룩한 것, 진주는 율법을 말합니다. 개와 돼지는 율법주의에 빠진 바리새인들을 말합니다. 율법주의에 빠진 바리새인들은 다른 사람을 비판해서 찢어 상하게 한다고 하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잘못된 신념이나 율법주의에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을 찢고 상하게 하는 비판하는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남을 찢고 상하게 하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남을 찢고 상하게 하는 비판을 하지 않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2절을 보시면 예수님께서는 성도는 비판하는 것 대신에 남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2절에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여기에 ‘헤아린다’는 말은 측량하다, 평가하다. 계산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판이 자기의 기준으로 상대에게 하는 말이라면 헤아린다는 것은 상대를 먼저 측량하고, 평가하고, 계산한 다음에 말하는 마음의 태도를 말합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은 비판하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는 사람은 남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은 남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4세기 이집트 사막에서 알렉산드리아의 마카리우스라는 수도승이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기 한 마리가 그의 발을 물고 피를 빨아 먹고 있었습니다. 마카리우스는 화가 나서 손으로 모기를 내리쳐 죽였습니다. 그런데 순간 모기를 죽여 놓고 자기가 왜 그렇게 화가 나서 모기를 죽였는지 생각했습니다. 모기를 죽인 것의 근본 원인은 자기 안에 있는 복수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가리우스는 복수심을 회개하기 위하여 모기가 가장 많은 스케테 습지로 가서 자기 안에 있는 복수심이 사라질 때까지 일부러 6개월 동안이나 모기에게 물렸다가 돌아왔습니다(팔라디우스/엄성옥 옮김, 『팔라디우스의 초대 사막수도사들의 이야기』 (서울: 은성출판사, 2009), 72).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영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 3절에 보시면 비판하는 사람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남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큰 허물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작은 티만 보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입에서 늘 비판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허물을 늘 돌아보는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 남의 허물을 먼저 보지 말고 여러분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는 성숙한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갈라디아서 6장 1절 말씀에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고 말씀했습니다. 누군가 범죄를 하거든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잡으라고 했습니다.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 잡는 것은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한 자를 헤아려주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살펴보아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남의 죄를 보기전에 자신의 죄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비판과 헤아림의 경계선은 자기 자신을 먼저 보는지 남을 먼저 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남의 허물을 먼저 보려는 사람은 비판하는 사람이 됩니다. 반면에 자신의 죄를 먼저 보려는 사람은 헤아리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죄를 먼저 보는 헤아리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5절에서 예수님께서 늘 비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바리새인들에게 외식하는 자여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어주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비판하는 사람의 특징을 외식하는 자라고 말씀했습니다. 외식하는 자는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이 비판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목사님들이 모이면 유명한 목사님이나 유명한 교회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 대개 목사님들은 유명한 목사님이나 유명한 교회를 좋게 말하기 보다는 비판하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일부 목사님은 비판하기도 보다는 헤아려 주면서 좋게 말하는 성숙한 분들도 있습니다. 제 눈에는 그런 목사님이 영적으로 성숙해 보입니다.
성숙하지 못하거나, 우월감을 가지거나,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비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은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남을 비판하기 보다는 남을 인정해 주고 헤아려 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 모두 비판하는 말을 하기 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남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시간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남을 헤아리는 성숙한 마음을 주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이
남을 비판하기
보다는
남을 헤아리는
성숙한 성도가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