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테스(1547-1616)가 쓴 『돈키호테 2』(1615)에 보면 돈키호테의 종 산초가 섬을 통치하러 가기 되었을 때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를 해 줍니다. “[산초] 자네의 사법권 아래 들어올 죄인을 타락한 우리 인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라고 생각하며 가엾게 여기게. 자네 쪽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를 모욕하지 말고, 늘 인정과 자비를 베풀도록 하게, 하나님의 속성들이 모두가 다 똑같이 훌륭하긴 하지만 특히 자비의 속성은 정의의 속성보다 훨씬 눈부시고 뛰어나 보이기 때문이네.”(미겔 데 세르바테스 사아베드라/ 안영옥 옮김, 『돈키호테 2』 (경기도: 열린책들, 2014), 515).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것은 정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비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정의가 없어서는 안되지만 자비가 없으면 메마른 사회가 됩니다. 그러므로 정의가 있으면서도 자비가 많은 사회가 제일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누가복음 6장 36절에서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0장 37절에서 예수님께서 율법교사에게 강도 만난 자를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 사람같이 ‘가서 너도 이와 같이 자비를 베풀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는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가 나옵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라고 했습니다. 자비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자비가 있는 사람은 성령의 열매가 나타난 사람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에게 성령이 충만히 임하여 성령의 열매인 자비의 열매가 많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32절을 읽겠습니다.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충만히 받은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늘 본문에 성도들이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재산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은 성령의 열매 가운데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자비’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봉사하려는 마음’이며, 양선은 선한 성품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령의 열매인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나서 자발적으로 물건을 통용하고, 재산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려서 교회 고등부를 다닐 때 친구들하고 교회 근처 중국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다가 우리 교회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그 장로님은 다른 분하고 식당에 오셨다가 나가시면서 우리가 먹은 것까지 계산을 해주시고 나가셨습니다. 얼마후에 그 식당에 다시 갔는데 그 장로님을 거기서 또 만났습니다. 장로님은 이번에도 또 식사 계산을 해 주셨습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그 장로님만 찾게 되더라구요. 그 장로님은 저희에게만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성도들에게 자비를 많이 베푸시는 분이셨습니다.
교회 생활을 하다보면 교회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성도가 서로 서로 돌아보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보이지 않게 돕는 문화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주고 받는 그런 품앗이가 아니라 주고 받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있습니다. 오히려 주는 것을 복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성경에 주는 자가 복되도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억지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서로 돌아보는 문화가 있습니다. 히브리서 10장 24절에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성도들이 이렇게 자비와 선한 일을 하는 양선을 보이는 것은 모두 성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들에게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나 다른분들을 섬기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종교개혁 당시 유아세례를 부인하고 재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재세례파 가운데 후터공동체가 있습니다. 그들은 초대교회같이 사유재산을 부인하고 공동체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후터공동체의 사람으로 1652년 에렌프라이즈는 지도자가 성도들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소유는 단지 사적 이익이며, 본질적으로 탐욕입니다. (...) 그러므로 말로는 주님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자기 소유를 그리스도와 가난한 자를 위하여 공동체에 내어놓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그리스도보다 물질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안드레아스 에렌프라이즈/ 전영표 옮김, 『완전한 사랑의 공동체』 (강원도: Korea Anabaptist Press, 2009), 53-54, 127).
그러나 에렌프라이즈의 말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 소유는 사적 이익이며, 탐욕이라는 말입니다. 성경말씀에는 자기 소유는 사적 이익도 탐욕도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소유는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의 선물입니다. 둘째는 초대교회는 사유재산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했습니다. 자기 소유를 그리스도와 가난한 자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고 강제적으로 명령한 것은 오늘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를 잘못 오해한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자기 소유를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초대교회는 모두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자발적으로 물건을 통용하고 자기 재산을 나누었습니다. 바로 이 자발성이 결여된 것은 초대교회의 정신이 아니며, 오늘날 교회의 정신도 아닙니다. 교회는 교인들이 헌금을 할 때도 모두 자발성을 가지고 헌금을 합니다. 따라서 헌금에 강제성이 부여되는 순간 성경의 정신에서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지신 소유는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의 선물입니다. 그 소유를 헌금하시는 것도 여러분의 자유이며, 모두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성도들이 자기의 자발성으로 하는 헌금은 초대교회가 자기 재산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 34-35절을 읽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성경(개역개정)은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이전의 성경(개역)은 ‘핍절한’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원문의 뜻은 ‘핍절한’이 더 좋은 번역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밭과 집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판 것이 아니라 이것도 자기 형편에 맞게 자발적으로 그런 마음을 성령께서 주시는 사람들만 팔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의 ‘팔아’라는 단어는 분사의 현재 능동형입니다. 능동형이라는 것은 내가 스스로 판 자발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교회내에 밭과 집이 있는 사람 중에 성령께서 마음에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헌신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가 물질에 대해 강제성을 띠는 순간 이미 그 교회는 초대교회와는 멀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역대상 29장 9절에 “백성들은 자원하여 드렸으므로 기뻐하였으니 곧 그들이 성심으로 여호와께 자원하여 드렸으므로 다윗 왕도 심히 기뻐하니라.”고 했습니다. 성령의 열매인 자비와 양선이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자발적이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지만 성령이 없이 인간이 주도하는 곳에는 언제나 강제력이 있는 것입니다.
19세기 독일의 사회주의자이며, 공산주의를 만든 칼 마르크스(1820-1883)는 『자본론』(1867)이라는 책을 써서 그이전에 칼뱅의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저 받아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애담 스미스(1723-1790)의 『국부론』(1776)을 반대하면서 사유재산이 없는 공산주의로 가자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1847)에서 다음과같이 말했습니다. “근대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는 계급대립, 즉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에 입각한 생산물의 생산과 취득, 그 궁극적인 그리고 가장 완전한 표현이다. 이런 뜻에서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이론을 ‘사적 소유의 폐지’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칼 마르크스/ 김문수 옮김, 『경제학, 철학초고/자본론』 (서울: 동서문화사, 2016), 341).
혹 어떤 공산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는 사람 가운데는 초대교회도 공산주의 사회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오늘 사도행전의 초대교회를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라 성령의 열매인 자비와 양선이 나타난 자발적 나눔의 공동체였습니다.
오늘 본문 35-36절을 읽겠습니다. 구브로의 바나바라는 사람이 밭이 있으매 팔아 그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습니다. 바나바가 집과 밭 모두를 판 것이 아니라 밭만 팔았습니다. 자기의 모든 사유재산 전부를 교회에 바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37절에 ‘팔아’라는 단어도 단순과거 능동 분사입니다. 누가 시켜서 강제적으로 바나바가 밭을 판 것이 아니라 단번에 자발적으로 밭을 팔았다는 뜻입니다. 바나바는 성령을 받고 성령의 열매인 자비와 양선의 열매를 가지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구제한 것입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의 교회생활을 최대한 자유롭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목회를 합니다. 물론 연락도 하고, 간절히 기도도 하지만 어떤때는 집까지 찾아가서 모시고 나오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참고 기다립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교회를 나오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헌신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성령이 역사하는 교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사회나 이단종파일수록 강제적입니다. 반면에 성경적일수록 자유를 존중하고 성도들의 자원하는 마음과 자발적인 행동을 존중합니다. 초대교회는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는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공동체였습니다. 우리 창문교회도 성령의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나는 자원하는 교회,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에게 성령의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나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에게
성령이 충만히
임하여
성령의 자비와 양선의
열매가 나타나게 하시고
모든 것을
자원하는 마음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분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