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가 쓴 『노트르담 드 파리』(1831)라는 소설을 보면 소설에 나오는 부주교가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책이 건물을 무너뜨리리라”. 빅토르 위고는 부주교가 말한 뜻을 설명하기를 구텐베르크가 만든 인쇄술이 나타나기 전에 건축술이 사상을 기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문자였지만 이제 인쇄술이 나타나면서 특히, 종교적 건물이 주는 껍데기 교리를 책이 주는 진리로 종교의 건물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언한 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전이라면 종교개혁은 [미미한] 교회(성당) 분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정신이 책으로 인쇄되고, 퍼지면서] 인쇄술은 종교개혁을 혁명으로 몰아갔다. 인쇄술을 없애버리면 [종교개혁은] 무기력해 진다. [그런차원에서] 구텐베르크는 루터의 선구자였던 것이다.”(빅토르 위고/ 송면 옮김,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동서문화사, 2022(3판), 213-229. 특히 224.).
오늘은 종교개혁 505주년 기념주일입니다. 505년전 로마 가톨릭의 사제였던 루터는 로마 가톨릭의 잘못된 구원 교리를 발견하고 종교개혁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직전에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발견했기 때문에 루터의 종교개혁의 교리를 담은 글과 책이 인쇄가 되어 종교개혁이 전 유럽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은 외적으로는 인쇄술의 도움을 받았고, 내적으로는 성경을 바르게 해석한 루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서양 속담에 “거장의 어깨위에 서서”(베르나르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후배들이 거장의 어깨를 밟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런차원에서 루터는 구텐베르그의 어깨위에 서서 할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루터 이후의 종교개혁자 특히, 칼뱅은 루터의 어께위에 서서 성경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기독교강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우리가 오늘 505년 전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것은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의 진리대로 살려고 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들도 종교개혁자들의 어깨위에서 서서 더욱더 성경의 진리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성경의 진리를 따라 날마다 여러분들을 개혁하시며 살아가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17절을 읽겠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하나님의 의‘라는 단어가 루터의 결정적인 종교개혁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루터는 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성서학 교수였습니다. 그는 그때까지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 스스로 노력에 의해 구원을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성경 교수였던 루터는 성경의 원어를 자세히 연구하다가 ’하나님의 의‘는 내 노력으로 하나님의 의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 우리가 거룩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루터는 『로마서 주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하나님의 의‘라고 할 때에 하나님 자신 안에 스스로 의롭게 됨이라고 우리가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 우리가 거룩하게 된다고 이해해야 한다.”(지원용 펀집, 『루터전집 제4권 루터와 신약 II』 (서울: 컨콜디아사, 1986), 79.).
바로 이 단어에 대한 루터의 깨달음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로마 가톨릭은 구원은 인간이 행위로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그것에 하나님이 은총을 내려주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가르침 때문에 인간이 도대체 얼마나 노력을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루터는 금욕을 하고 여러 고행을 했지만 마음에 구원의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로마서의 말씀을 통해 구원은 내 노력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이 나를 거룩하다고 칭해 주셨기 때문에 구원을 얻게 되었다고 깨달았습니다. 로마서 3장 24절에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고 말씀했습니다. 에베소서 2장 5절에도 “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고 말씀 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우리의 노력이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 다는 복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는 종교개혁자들의 믿음이 여러분들의 믿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19세기 독일의 루터교 교회사 학자인 하르낙(Adolf von Harnack, 1851-1930)은 로마 가톨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은 은밀히 [멸망한] 로마의 세계 제국 자리로 밀고 들어갔다. (...) 로마 제국은 멸망 한 것이 아니라, 다만 [로마 가톨릭으로] 변화했을 뿐이다. (...) 과거에 [초대]로마의 기독교인들은 황제에게 경배하기를 거부하고 정치적 종교롤 일축해 버렸던 이유로 피를 흘렸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 사람들은](그들은) 세속의 통치자를 직접 경배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영혼을 로마 교황이라는 황제의 권능의 계명 아래 내어던졌던 것이다.”(아돌프 폰 하르낙/ 오흥명 옮김, 『기독교의 본질』 (서울: 한들출판사, 2007(초판), 223, 232.).
종교개혁자들은 개인의 신앙을 로마 교황에게 종속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개인 신앙의 양심의 자유를 외치면서 종교개혁을 했습니다. 개인의 신앙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종속해야 합니다. 인간이 이 자리를 차지하면 안됩니다. 교황이나 교회나 목사가 잘못된 교리를 통해 이 자리를 차지해서 교인들을 종속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도 사람에게 종속시키려는 모든 종교적 교리를 개혁해야 합니다. 성경를 몰라 무지했던 사람들이 로마 가톨릭의 교리에 종속했기 때문에 종교개혁자들은 성경 자체를 가르치고 설교했습니다. 여러분의 신앙의 기준을 항상 성경에 두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성경을 읽고, 성경을 배우고, 설교를 들으면서 성경과 맞지 않는 것은 거부하고, 성경에 맞는 것은 받아들여 날마다 여러분을 개혁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설교를 할 때마다 유혹이 있다면 성도들이 제 설교에 열광했으면 하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성경의 정신이 아닙니다. 목회자는 성도가 목회자를 주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만 바라보도록 안내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례요한의 정신처럼 ‘예수님은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3:30)는 정신을 가지고 성도들을 목사에게 종속시키지 말고, 주님에게 종속시켜야 합니다. 저는 18세기 미국의 청교도 설교자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703-1758) 목사님의 설교를 배우면서 가능한한 설교시간에 큰 소리로 설교하거나 몸 제스쳐를 크게 하지도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님은 설교시간에 몸 제스쳐도 크게 쓰지 않고, 목소리를 변조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이 원고를 읽기만 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회심을 하고 통곡하며 회개했습니다. 목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주님의 말씀만이 나타나서 모두가 주님만 바라보게 한 것입니다. 이것이 성도를 목사에게 종속시키지 않고 주님께만 종속시킨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입니다.
오늘 본문 17절 중반부에 보면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의’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것은 믿을 수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적어도 믿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마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로마서 10장 17절에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고 했습니다. 믿음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을 때 은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의’도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고, ‘믿음’도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2장 8절에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여러분이 받으신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19세기 화란의 개혁주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는 종교개혁에 관하여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종교개혁은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권위에 근거한 진리외에 그 어떤 것도 승인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이 믿음의 조항들을 수립한다. 믿음의 조항들인 교리들은 성경 가운데 고유하게 제시되어 믿어야 하는 진리들만을 말한다. 교리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믿든지 혹은 순종해야 하는 그런 진술들만을 의미한다.”(헤르만 바빙크/ 박태현 옮김, 『개혁교의학 1』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1(초판), 66.).
오늘 본문 17절 마지막에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고 살겠다는 의미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성경만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오직 성경만 믿고 다른 것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직 성경만이 오늘날의 교회를 성경의 정신으로 개혁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오직 성경만이 내 생활을 바른 믿음으로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인 것입니다.
제 신학대학교 동기 목사님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사님(조병호 박사, 통독원 대표)이 계십니다. 그분이 몇 년전에 종교개혁 500주년때 종교개혁의 본산지인 독일에 가서 강의를 하는데 제가 동영상을 보니까 그 목사님이 독일의 신학자와 목회자들 앞에서 성경을 1000번을 읽었다고 하니까 거기에 있는 분들이 일제히 ‘와’ 하면서 놀랐습니다. 자기들이 종교개혁자들의 직접 후예로서 성경을 중요하게 강조했는데 자기들은 그렇게 읽지 못했는데 동양의 한국 목사가 1000번을 읽었다고 하니까 놀란 것입니다. 이 목사님은 신학대학에 들어올 때 입학 직전에 세례를 받고 신학대학에 들어와서는 처음에는 믿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40년 넘게 1000번을 읽자 믿음이 생기고 믿음으로 살아가니까 하나님께서 세계로 돌아다니면서 성경의 유익함을 증거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QUb8hjTlQ
날마다 자기의 인생을 개혁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그러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구원을 받고 믿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입니다. 여러분 모두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 받아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고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음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이
종교개혁자들의
어깨위에 서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고
날마다 믿음으로
자신을 개혁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