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Maxim Gorky, 1868-1936)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열 살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리키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책을 읽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그는 책을 열심히 읽고 훗날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고리키의 소설 가운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 『세상속으로』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어린 고리키가 어느 주인 노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할 때 이웃 집에서 책을 빌려와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기 위해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환한 달 빛이 들어왔지만 달빛 아래에서 읽기에는 글자가 너무 작았습니다. 선반에서 청동 냄비를 꺼내어 달빛에 반사시켜 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 주인 몰래 초에 불을 붙여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주인 노파가 밤 사이에 초의 길이가 더 작아진 것을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노파는 화가 나서 책을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고리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더욱더 강해졌습니다. 고리키는 촛대를 닦으면서 촛농을 몰래 끍어모아 깡통에 담고 거기에다 램프 기름을 부어 실로 만든 심지에 불을 밝히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어린 고리키를 점점 더 넓은 세상속으로 데리고 갔습니다(막심 고리키/ 최홍근 옮김, 『어린시절/세상속으로/나의 대학』 (서울: 동서문화사, 2014), 416- 427.).
어린 시절에 고리키는 주위의 사람들이 늘 술을 먹고, 노름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고리키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런 삶을 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글을 만들 수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되고, 책속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실존을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 32장 16절에 “그 판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요 글자는 하나님이 쓰셔서 판에 새기신 것이더라.”라고 말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세기 1장 3절에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을 입으로 선포하셔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출애굽기에서는 하나님이 직접 돌판에 글자를 써서 율법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최초에 글자를 만들고, 인간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글자를 통해 율법의 말씀도 기억하고, 세상의 많은 유익한 것들을 글자로 써서 책을 만들어서 두고 두고 보존하고 읽으면서 유익을 얻도록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책을 주신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의 선물입니다. 여러분 모두 성경책은 물론이지만 세상에 있는 많은 유익한 책들을 읽으면서 여러분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인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13절을 읽겠습니다. 바울은 로마 감옥에 있으면서 제자 디모데에게 겉옷과 책을 가져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시에 겉옷은 담요와 같은 기능을 했기 때문에 감옥에서 겨울이 다가와서 춥기 때문에 겉옷을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겉옷뿐만 아니라 책도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책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비블리아’라는 단어로 보통 ‘책’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 바로 전 장인 디모데후서 3장 15절에 디모데에게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라고 했을 때 그 ‘성경’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히에라 그람마타’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울이 오늘 본문에서 가져다 달라는 책은 성경은 아닌 듯합니다. 성경은 이미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울은 성경외에 일반 책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려서 이웃집에 김준한이라는 친구가 살았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사귄 최초의 친구입니다. 처음에 그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집에 책장에 문학 전집이 가득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문학 전집같은 책은 한권도 없는데 그 친구 집에는 문학 전집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책을 한권 읽을 때마다 부모님이 용돈를 주신다고 했습니다. 책도 읽고 용돈도 받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책을 많이 읽은 그 친구의 말에는 지혜가 있어 보였습니다.
바울은 지금 로마 감옥에서 겉옷을 입고 추위를 피해 나가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바울은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로마에서 로마인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의식주만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생활의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책을 읽고, 여러분의 인생에 새로운 생각을 하시고, 지혜와 힘을 얻어서 여러분이 계획하는 모든 것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중세 라틴 교부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는 『질서론』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질서론』에서 일곱 과목을 질서있게 잘 배우면 하나님께 도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 일곱 과목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음악, 기하학, 천문학입니다. 이 일곱 과목은 단순한 세속 학문이 아니라 인간과 하나님을 알아가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질서론』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일곱 과목(자유 학예)]의 공부가 정돈되고 잘 간추려진 경우에 진리를 애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포옹할 그 진리에 더 명민해지고, 더 항구해지고 더 품위를 지키는 사람으로 드러나게 만든다.”(아우구스티누스/ 성염 역주, 『질서론』 (왜관: 분도출판사, 2017), 89.).
아우구스티누스는 지금부터 1600년 전에 학생들이 무슨 과목을 배우면 좋을 지를 체계적으로 고과과목을 만든 최초의 교육이론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초 과목을 배우면 우리의 사고가 발전하여 그 다음에 일반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진리이신 하나님을 알수 있는 성경 책도 읽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다닌 것은 기초과목을 공부하여 궁극적으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준비를 한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론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다둬 지려면 먼저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특히,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인문학 책을 통해 인간은 이해하면 그 다음에 성경 책을 통해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인문학 책을 읽고 인간을 이해하고, 그 다음에 성경 책을 읽고 하나님을 이해하고, 하나님을 믿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전 두레교회 원로 목사님이신 김진홍 목사님(金鎭洪, 1941-)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만 나오신 분입니다. 그 어머니가 자녀들을 키울 때 독서를 강조하셨습니다. 경상도 산골 시골 마음에 책이 없었는데 어머니가 마을에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몇권 빌려 왔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김진홍에게 책을 읽으라고 주었습니다. 초등학생 김진홍이 그 책을 보니까 한자가 가득들어 있는 법학통론, 심리학 개론이었습니다. 김진홍이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거 한자도 많고 어려워서 읽을 수 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들고[라도] 있어라 책 읽는 것은 습관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후 김진홍 목사님은 어머니의 그 말씀 때문에 평생을 책을 읽으면서 큰 유익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사그보 김진홍 목사 C채널 28-29분 사이에 나온 내용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5xGfcVqqSNE
오늘 본문 13절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책은 책인데 가죽 종이에 쓴 책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당시에 보통 책은 갈대과의 식물 줄기를 압착하고 이를 얇게 발라내어 만든 파피루스에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특별히 동물의 가죽에다 쓴 양피지에 쓴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은 그 책이 아주 중요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바울이 감옥에서 심심해서 책이라도 읽게 책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바울은 지금 분명한 목적 때문에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책을 가져오라고 한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 28장 30-31절은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지금 로마의 감옥에서 로마 사람들을 상대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지금 책을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고, 특히 로마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해야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가져오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차원에서 지금 바울이 디모데에게 가져오라고 한 가죽 종이에 쓴 책은 당시 모든 로마인들이 베스트셀러로 인정한 로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철학자 키케로의 철학서적 『의무론』이나 『우정에 관하여』 라는 책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치가이며 역사가인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 였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문학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문학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나 『로마의 축제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실존과 인간의 한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성경 책을 읽게되고, 그 성경 책을 통하여 하나님을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인문학 책과 성경 책을 읽으시고, 인문학 책을 통해서 인간의 실존과 비참함과 다양한 인간을 이해하시고, 성경 책을 통해서 그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인문학 책과 성경 책을 읽으시고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받는 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이 주신 인문학
책을 읽고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실존을
발견하게 하시고,
성경 책을 읽고
그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구원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