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 1900-1980)은 그의 『소유냐 존재냐』 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소유나 존재냐의 양자택일이 있을 수 없다. (...) 오히려 존재의 본질이 바로 소유하는 것에 있어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찍이 인생의 위대한 스승들은 소유와 존재의 양자택일에서 그들의 철학적 관점의 핵심을 찾아냈다. (...) 소유와 존재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체험의 두 가지 형태로서, 그 각 양식의 강도가 개인의 성격 및 여러 유형의 사회적 성격의 차이를 결정 한다는 사실이다.”(에리히 프롬/ 차경아 옮김, 『소유냐 존재냐 (서울: 까치글방, 2020), 33-34.).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소유가 중요하지만 소유적 관점에서 존재를 바라보아서는 안됩니다. 소유적 관점에서 사람을 보면 소유가 많은 사람은 가치가 많은 사람이 되고, 소유가 없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존재적 관점에서 소유를 바라보면 소유의 유무에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를 가진 사람을 귀하게 보게 됩니다. 야고보서 2장 2-3절에 “너희가 [회당에]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 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에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성경 말씀은 소유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소유의 관점에서 사람을 보지 마시고 존재의 관점에서 모든 사람을 귀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 12절을 읽겠습니다. 오늘 본문에 아버지와 둘째 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릅니다. 아버지는 존재에 관심이 있다면 둘째 아들은 소유에 관심이 있습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재산 중에 자기에게 돌아올 분깃을 달라고 하고 아버지는 재산을 나눠줍니다. 만약 아버지가 소유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들의 요구에 선 듯 재산을 나눠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재산보다 아들의 존재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재산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눠주었던 것입니다. 만약 둘째 아들이 소유보다는 존재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버지에게 자기 재산을 나눠 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소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3, 4학년 때쯤을 되었을 겁니다. 어느해 겨울 오후에 아버지가 따뜻한 온돌 방아랫목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머리맡에 동전이 몇 개 흩어져 있었습니다. 십원짜리도 있고, 100원짜리도 있고 50원짜리도 있었습니다. 저도 아버지 옆에서 몰래 자는척을 하다가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몰래 훔쳐서 나왔습니다. 그때 숨을 죽이며 50원짜리 동전을 훔치던 그 긴장감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후에 아버지께서는 퇴근하고 돌아오실 때 제 손에 동전을 자주 쥐어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아버지가 그때 아셨을 까 하면서 늘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때 제가 몰래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아버지가 아셨을 겁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돈보다는 저를 더 사랑하셨기 때문에 모르는척 해 주셨겁니다.
오늘 본문 13절을 읽겠습니다. 둘째 아들은 돈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며칠이 안되어 재물을 모두 모아서 먼 나라로 떠났습니다. 재물을 모으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돈 보다는 아들 존재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훗날 아들이 돈이 인생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기만을 바라면서 아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 14절을 읽겠습니다. 둘째 아들은 허랑방탕하여 재산을 낭비했습니다. 그 나라에 크게 흉년이 들어 비로소 궁핍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먹을 것이 없어서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를 먹으려고 해도 주는 자가 없었습니다. 디모데전서 6장 10절에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라고 말씀했는데 이 말씀은 둘째 아들에게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그는 돈을 사랑하다가 이제는 근심으로 자기를 찌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비로소 돈이 아니라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가 보인 것입니다. 이제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박물관에는 무려 230만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많은 작품들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작품은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돌아온 탕자의 그림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아버지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하는 아들을 아버지가 두 손으로 어깨와 등을 만지는 장면입니다. 왼손은 아들의 어깨에 오른손은 아들의 등을 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 손을 보면 어깨를 만지고 있는 왼손은 남자의 손이고, 등을 만지고 있는 오른 손은 여자의 손이랍니다(유관재, 『행복한 갤러리』(경기도: 성안당, 2011), 120-134.).
렘브란트는 왼손의 남자의 손은 아버지가 용기를 주는 손이라면, 오른 손의 여자의 손은 어머니가 사랑을 주는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어머니는 자녀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듯합니다. 이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오늘 본문 20절을 읽겠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돌아가자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만약 아버지의 관심이 소유에만 있었던 사람이었다면 아들을 보는 순간 부자가 되지 않고 망해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실망해서 집으로 들어가서 거지로 돌아온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에 오히려 망하고 돌아온 아들을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는 차라리 아들이 망하고 돌아온 것을 감사했을지 모릅니다. 만약 아들이 돈에 빠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 보다는 망해서라도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여러분도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사랑하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신경과학자 댄 시겔은 ‘마인드사이트’(mindsight)라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마인드사이트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시겔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도적인 행동을 감지하면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시겔에 의하면 인간의 의도적인 행동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서로 어느정도 가까이 있게 되면 상대방의 의도를 읽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행동만 보아도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낸다는 것입니다(피터 구버/ 김원호 옮김,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 (서울: 청림출판, 2012), 239-240).
오늘 본문 22-23절을 읽겠습니다. 아마도 둘째 아들은 돈을 모두 탕진하고 돌아온 자기를 아버지가 받아줄지 걱정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새 옷을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기고, 살진 송아지를 잡는 행동을 보면서 진짜 자기를 받아주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소유의 관점에서 아들을 본 것이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아들을 보았기 때문에 돈을 모두 허비하고 돌아왔어도 아버지의 관심은 처음부터 돈이 아니라 아들의 존재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평생 단 한번도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옛날 분이시기도 하고, 유교의 문화 때문일 수도 있고, 시대적인 문화가 그럴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식을 위해 돈도 벌어오시고, 어머니가 밥도 해주시고 돌봐주셨으니까 분명히 자녀들을 사랑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더해서 말로도 칭찬과 격려와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면 더 확신하게 사랑받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행동도 중요하지만 직접 말로 들으면 사랑받는 확신을 더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말씀을 통하여 행동과 말 두 가지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24절을 읽겠습니다. 아버지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 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고 말했습니다. 말로 돌아 온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아마도 돌아 온 아들은 아버지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출 때도 돈을 탕진해서 죄스러워 몸이 굳어 있었지도 모릅니다. 새옷과 신을 신고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엉거주춤 서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살찐 송아지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도 음식이 잘 안 넘어갔을 지도 모릅니다. 이러다가 혹시 아버지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며 눈치를 보면서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그것도 공개적으로 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왔고, 잃었다가 다시 얻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가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는 것을 확인하고 모든 긴장을 풀고 눈물을 펑펑 흘렸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들을 돈이라는 소유의 관점에서 본 것이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사랑하셨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되어도 아들을 사랑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성경에 나오는 아버지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소유의 관점이나 능력의 관점에서 보시는 분이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여러분 자체를 사랑하십니다. 여러분 모두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여러분 주위의 모든 사람을 소유의 관점이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간 하나님이 여러분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을
소유의 관점이
아니라
존재의 관점에서
모든 성도들을
사랑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
성도들도
주위의 사람들을
존재의 관점에서
사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