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8세기 서양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의 『일리아스』라는 서사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비슷한 시대인 기원전 11-6세기의 중국의 시를 모아놓은 『시경』이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동양 사람들은 이 시경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시경에는 여자에 대하여 이런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들을 낳아서는 침상에 재우며 좋은 옷을 해 입히고 구슬 쥐어 놀게 하니 울음소리 우렁차고 붉은 슬갑 휘황하니 집안의 큰 일꾼이네 딸을 낳아서는 방바닥에 재우며 포대기에 싸서 놓고 실패 쥐고 놀게 하니 잘하든 못하든 술과 빕짓기 익혀 부모 근심 덜리라. (...) 슬기로운 남자는 나라를 이루지만 슬기로운 여자는 나라를 망치네 아름다운 여자가 올빼미 되고 솔개 되니 여자가 말 많으면 재앙의 근심이네 난은 하늘에서 오지 않고 여자에게서 생겨나네 가르치고 깨우쳐도 안 되는 건 여자와 내시라네.”라고 했습니다(편자 미상/ 심영환 옮김, 『시경』 (서울: 홍익출판사, 2012), 214, 329.).
지금으로터 약 3000년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동양 사람들은 이 시경에 영향을 받아서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를 가르치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나라도 불과 100여년 전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까지도 시경과 시경에 영향을 받은 유교의 영향 때문에 여자들을 무시했습니다. 다행히 기독교가 들어와 이런 사고를 많이 계몽했지만 아직까지도 중국의 시경과 유교의 잔재가 남아서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는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성경 고린도전서 11장 11절에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이 우리가 기독교를 믿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여자와 남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함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동등합니다. 여러분 모두 남자와 여자가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하시고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창세기 1장 27절을 다시 한번 읽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했다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존재로 창조했다는 뜻입니다(칼 바르트). 이 세상에 오직 사람만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나님같이 거룩하신 분과 관계를 맺을 만큼 사람을 귀한 존재로 창조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다고 할 때 여기 ‘사람’은 히브리어로 ‘하아담’입니다. 아담 앞에 히브리어 정관사 ‘하’가 없으면 고유명사로서 개인 아담을 말하지만, 정관사 ‘하’가 붙으면 보통명사로 인류의 모든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하아담’이 보통명사이기 때문에 그 다음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포함합니다. 만약 하나님의 형상대로 바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고 하면 순서로 볼 때 하나님의 형상 중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가 같은 사람으로서 동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먼저 보통명사 ‘하아담‘을 먼저 쓴 것입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여자 신학생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여자가 신학대학원에 들어왔다는 것은 신학대학원을 나와서 목사고시를 보고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신학대학원에 들어온 목적인데 여자들은 목사 안수를 받을 자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이 데모를 했습니다. 수년간의 데모 끝에 총회가 여자에게도 안수를 주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개신교 장로교가 한국 땅에 들어온지 100년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시경과 유교의 영향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조차도 그 의식이 변화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신학대학원에 여자들이 많이 들어와 목사 안수를 받고 여러 곳에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성경의 말씀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한 사람, 즉 모든 남자와 여자를 대표하는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서로 동등하게 여기며 존중하면서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두 사람은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따먹고 원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죄를 짓는 순간 에덴에서 쫏겨나게 되고 동등했던 여자와 남자의 관계가 깨어지게 되었습니다. 단적인 예가 창세기 4장 19절에 나옵니다. “라멕이 두 아내를 맞이하였으니 하나의 이름은 아다요 하나의 이름은 씰라였더라” 에덴 동산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1부 1처의 생활을 했는데 인간이 죄로 타락한 이후부터 라멕같이 한 남자가 두 여자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여자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는 것이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기독교인이 되면 이런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원래의 에덴동산에서와 같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관계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16세기 종교개혁하면 주로 남성중심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성 종교개혁자들에게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독일의 여성 카타리나 쉬츠 젤(Katharina Schütz Zell, c.1497/98-1562)이라는 여자분이 있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카타리나 쉬츠 젤에게 어려서부터 모국어인 독일어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 시켰으며, 독일어 성경과 기독교 역사와 문헌에 대한 지식을 가르쳤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신학적 저술이나 출판에서 소외되어 있었고, 여성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신학적 사상을 드러내지 못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카타리나 쉬츠 젤은 34년 이상 꾸준히 목회, 음악, 설교, 논쟁, 경건, 교육, 성서주석과 관련된 저술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회중들이 부를 수 있는 회중 찬송가를 편집했습니다. 그녀의 독일어 회중 찬송가는 종교개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박경수, “16세기 스트라스부르의 평신도 여성 종교개혁자 카타리나 쉬츠 젤의 프로테스탄트 정체성 연구,”「장신논단」50/1(2018), 137-140.).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에덴동산에서 죄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이 남성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생각한 것들을 교정해 주셨습니다. 요한복음 4장 29절에는 사마리아 여자가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하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했습니다. 요한복음 11장 27절에도 마르다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것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에 고백한 마태복음 16장 16절에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고백한 것보다 먼저입니다. 로마가톨릭교회같이 남성 중심적으로 성경을 보면 베드로의 고백만 강조하게 되지만 성경의 객관적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두 명의 여자가 먼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간이 에덴동산에 쫏겨난 이래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가 무시를 당한 것을 생각해 볼 때 복음서는 오히려 여자 두 명이 그리스도를 먼저 고백한 것을 소개함으로 여자의 위치를 회복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은 마태복음 28장 9절에 “예수께서 그들을 만나 이르시되 평안하냐 하시거늘 여자들이 나아가 그 발을 붙잡고 경배하니”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남자 제자들을 먼저 만나지 않고 여자들을 먼저 만났습니다. 여자들의 위치를 높여주고 존중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타락한 후에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자들이 오랬동안 무시를 당해왔기 때문에 예수님이 여자들을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먼저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의 원래의 정신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는 것을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입니다.
만약 남자가 여자를 존중한다면 교회에 나와 예수님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이 땅의 여자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는 비교적 남자보다 여자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반대로 말하면 아직 한국사회가 시경이나 유교의 영향으로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가 하등하다고 하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교회로 여자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자 가운데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교회에 나와야 합니다.
1898년에 세워진 서울의 정동 감리교회 50주년 기념식에서 양주삼(梁柱三, 1879-?) 박사가 선교활동을 보고하면서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여성을 위한 최초의 학교, 최초의 유일한 여자 대학, 최초의 여성병원, 최초의 맹아학교, 최초의 유치원, 최초의 한국인 목사, 최초의 여의사, 최초의 (여) 간호사, 최초의 유치원 보모, 최초의 여자 박사들은 모두 감리교 선교활동의 결과입니다.”라고 했습니다(셔우드 홀/ 김동열 옮김, 『닥터 홀의 조선회상』 (서울: 좋은 씨앗, 2003), 583.).
조선말에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그동안 수천년간 시경과 유교 때문에 억눌려 있던 여자의 권리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여자와 남자가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믿을 때 비로소 서로 서로 동등하게 생각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몇일 후면 명절이 옵니다. 명절이 되면 흩어진 가족이 만나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경과 유교 문화속에서 가부장적 사회문화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정의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기독교 문화로 바꾸면 더 좋습니다. 기독교 문화는 제사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제사 음식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님께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커피 한잔 마시고 끝내도 좋습니다.
2024년도에 여러분 모두 여자와 남자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서로 존중하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을
믿고 여자와 남자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서로 존중하면서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