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관념론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은 그의 『미학강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물의 몸은 대지와 평행하며, 주둥이와 눈은 척추와 같은 방향을 따르며, 또한 동물은 중력에 대한 이 관계를 독자적으로 스스로 지양할 수 없다. 인간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이니, 정면을 바라보는 눈의 자연적 방향은 중력 및 몸통의 선과 직각을 이룬다. 인간도 동물처럼 네 발로 걸을 수 있고, 또 어린아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지만, 의식이 깨기 시작하는 즉시 인간은 땅에 대한 동물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스스로 직립한다. 이러한 일어서기는 하나의 의지이며, 만일 우리가 일어서려는 의지를 포기한다면 우리의 신체는 주저앉아 땅바닥으로 넘어질 것이다. 바닥으로부터 몸을 일으키는 것은 의지와, 그리하여 정신적, 내면적 요소와 연관하며, 또한 이미 이로써 직립 자세는 하나의 정신적 표현이 된다.”(게오로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이창환 옮김, 『미학강의 2』 (서울: 세창출판사, 2022), 429.).
헤겔은 인간이 직립하기 위해서 일어서는 것은 정신적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동물과 달리 정신적인 존재인 인간은 땅에서 일어서서 가정을 꾸미고, 사회를 만들고, 국가를 세웁니다. 그러나 인간은 정신적 존재를 넘어 영적인 존재입니다. 인간이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교회를 세울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18장 20절에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라고 말씀했습니다. 두세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 예수님이 함께 하시며, 그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동물은 땅만 보고 살고, 정신적인 존재인 인간은 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산다면, 영적인 존재는 위로 하나님을 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영적인 존재가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를 세우는 것은 영적인 존재만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 하나님이 영적인 존재인 여러분을 통하여 창문교회를 세우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 16절을 읽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은 ‘구원자’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이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내 인생의 영적이며, 육적인 구원자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입니다. 예배순서 중에 신앙고백이 있습니다. 그 신앙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성도들이고, 그 신앙고백이 있는 곳이 교회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예수님을 내 인생에 구원자로 고백하시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특별한 절기가 아니면 예배를 인도할 때 까운을 입지 않으려고 합니다. 입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 성도들이 까운이 목사와 성도들을 구별하는 이미지를 줄 것 같아서 평소에는 입지 않으려고 합니다.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할 뿐 목사도 똑같이 성도입니다. 어떤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이 저에게 성직자라고 해서 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목사는 평신도와 구별된 특별한 직을 맡은 성직자가 아닙니다.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분하는 것은 종교개혁 신학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교의 신학입니다. 로마 가톨릭교에서는 사제를 성직자라고 하고 일반 성도를 평신도라고 하면서 계급화 시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신학을 이어 받은 개신교는 목사와 성도를 구분해서 계급화시키지 않고 모두를 평등하게 ‘성도’라고 말합니다. 종교 개혁자 존 칼빈의 대표적인 책 『기독교 강요』에도 성직자나 평신도라는 말이 없고 모두 ‘성도’라고 말합니다. 목사를 포함하여 교회의 모든 성도는 평등해야 합니다. 그곳이 바로 참 교회의 표지입니다.
오늘 본문 18절을 읽겠습니다. 베드로가 신앙고백을 하자 예수님이 베드로의 이름이 반석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로마 가톨릭교는 재빨리 베드로를 자신들의 초대 교황이라고 주장하면서 교황을 교회의 최고의 머리로 두고 교회를 계급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반석’은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비유로 표현한 것입니다. 교회의 머리는 교황이 아니라 예수님입니다. 에베소서 1장 22절에 “또 만물을 예수님의 발 아래에 복종하게 하시고 예수님을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느니라.”라고 말씀했습니다.
20세기 네덜란드의 개혁주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는 로마 가톨릭교의 교황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마교회에서 교황은 자신의 무오류성으로 말미암아 유일하고 절대적인 주권자이다. 이런 이유로 9세기 이후로 다른 모든 주교와 구별되어 ‘파파’,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대리자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대리자, 하나님의 대리자, 모든 아버지들, 진실로 모든 신자들의 영적 아버지, 최고 성직자, 유일한 신랑, 불가분의 머리, 주권자들의 통치자로 불린다. 교황이 교회이자 기독교이며, 하나님 나라 자체다... 종교개혁은 이러한 교회 권력의 부패에 대해 저항했다. 종교개혁은 교회란 ‘성도들의 교제로서’ 세속 정부의 권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권세를 그리스도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했다.”(헤르만 바빙크/ 박태현 옮김, 『개혁교의학 4』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1), 477-479.).
로마 가톨릭교의 교황이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절대적 권력과 힘이 생기는 순간 교회는 교황을 군주로 하는 군주제로 급격히 변화하여 계급화 되어 버렸습니다. 교황, 추기경, 주교, 사제로 계급화가 이루어졌고, 이하 모든 평신도는 교황의 군주적 계급화 속에서 심지어 구원의 문제도 교황의 눈치를 보며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교황에게 절대적 힘이 생기는 순간 교회가 계급화 되고 결과적으로는 예수님은 없어지고 교황의 힘만 남으면 교회는 불평등의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개신교도 이런 계급화를 조심하지 않으면 형태만 다른 로마 가톨릭교가 될 수 있습니다. 교황에게 절대적 힘이 생기는 순간 계급화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왔기 때문에 교회에서 목사에게도 힘이 주어져서는 안됩니다. 목사에게 힘이 주어지는 순간 개신교회도 계급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주님의 교회인 창문교회를 개척하여 세울 때 두 가지 점을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주님이 교회를 세우시는 목적은 불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목적이 제일 큰 목적이기 때문에 불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교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불신자만 등록을 받는 교회를 해야 불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더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2년동안 그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둘째는 제 생각이기 때문에 제가 다 옳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제 생각에 개척 처음부터 기존교회의 성도들을 받아서 교회를 하면 그분들이 목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만약 목사에게 힘이 실려 부흥을 하면 할 수록 로마 가톨릭교같이 교회도 목사 중심으로 되고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 계급이 형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존교인들을 받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주님에게 힘이 있어야지 목사에게 힘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목사에게 집중되는 힘을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주님이 교회의 머리로서 모든 힘이 주님에게 집중되어야 교회가 계급화되지 않고 모든 성도들이 서로 평등하게 교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세기 네덜란드의 개혁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는 『칼빈주의 강연』 에서 칼빈주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칼빈주의는 사람들 사이의 모든 위계질서를 반대합니다... 그 어떤 귀족계급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칼빈주의는 논리적으로 삶에 대한 민주적 관점 가운데 그 표현을 찾아야만 했고, 민족들의 자유를 선포해야만 했습니다. 칼빈주의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이 단지 그가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즉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피조물 그 자체로 존중되고 인정되고 고려되기 전까지 쉴 수 없었습니다.”(아브라함 카이퍼/ 박태현 옮김, 『칼빈주의 강연』 (군포: 다함, 2021), 56.).
아브라함 카이퍼는 칼빈주의는 위계질서나 귀족계급을 반대하고 민주적 입장을 취하면서 자유를 강조하고 인간존중을 강조했다고 했습니다.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유래를 찾지 못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140년의 짧은 역사속에서 부흥했습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칼빈주의의 신학을 계승한 장로교가 가장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 나라가 조선 500년의 군주제의 계급구조에서 살다가 칼빈주의 교회에서 위계나 계급구조를 벗어나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간존중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부흥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땅에 교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교회가 있을 때 계급에 시달리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간 존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문교회도 칼빈주의를 따르는 장로교입니다. 우리 교회도 위계와 계급구조를 거부하며,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간존중을 받을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창문교회 목회를 하면서 잘 못했지만 몇 가지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째는 성도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먼저 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가 물으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존중하는 의미에서 묻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둘째는 재정을 투명하게 보고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창문교회는 22년동안 매달 경상수지 보고서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보고하고 공개했고, 일년에 한번 전교인들에게 연말예결산을 보고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헌금도 성도들이 알 수 있도록 빠짐없이 보고 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도 모든 교인들에게 발부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작은 교회는 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성도들이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민주적이라는 것은 재정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재정을 분명하게 공개하고 보고하는 것이 교회가 민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위계와 계급구조를 없애고 자유를 주는 교회가 되려고 했습니다. 저는 과거에 경험한 교회에서 목사님이 교회의 직분자나 직원들을 훈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심지어는 장로님이 교회에서 목사님에게 사례비를 줘서 그러는지 목사님을 회사의 직원을 다루듯이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목사나 장로가 계급 의식을 가지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교회는 설사 목사나 직원에게 사례비를 준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위계질서가 성립하거나 훈계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설사 사례비를 받는다고 해도 모두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교회에서는 누구도 누구에게 훈계하거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모두가 평등한 입장에서 함께 예배하며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창문교회는 앞으로도 이런 교회를 지향합니다.
앞으로 우리 모두 이런 정신을 가지고 주님의 교회인 창문교회를 함께 섬겨 나가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창문교회를
22년동안 지켜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해 주셔서
우리 성도들이
창문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위계나 계급이 없고,
평등하고, 존중받고
자유를 누리고
민주적인 교회생활을 하고
축복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