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학교에 등교를 해서 막 수업을 시작하려던 시간에 밖에서 비가 막 쏟아져 내리더랍니다. 이때 같은 반에 남자아이가 갑자기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불안해 하더니 밖으로 뛰쳐 나가더니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나가더랍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 아이를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후에 그 아이가 돌아 왔는데 온 몸에는 비가 훔벆젖어 있었고 손에는 우산을 하나 쥐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물으니까 아이가 비가 와서 집에 가서 우산을 가지고 왔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비를 맞고 갔다고 오려면 차라리 우산을 안가지러 가고 집에 갈 때 비를 맞고가면 마찬가지잖아 라고 말하자 그 아이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하는 것 같더랍니다.
그 아이는 비를 맞고 집에 갔다고 오는 상황보다 우산이 더 중요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무엇이 우선되고 중요한지 상황을 분별하는 분별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니까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도 삶에서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지 분별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할 때가 있습니다. 로마서 12장 2절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것보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여려분 모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잘 분별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경말씀에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하는 형 에서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동생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27절에 보시면 형 에서는 사냥꾼이고 동생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었으므로 장막에 거했다고 말씀합니다. 어느날 에서가 들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와서 심히 피곤하여 있을 때 야곱이 죽을 쑤었습니다. 에서가 야곱에게 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야곱이 죽을 주는 대신 형의 장자 명분을 팔라고 했습니다. 32절에 보시면 에서가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하면서 장자 명분을 가볍게 여기고 떡과 팥죽에 자신의 장자 명분을 팔아 버렸습니다.
7세기 시내산 근처의 까타리나 수도원의 원장이었던 요한 클리마쿠스가 탐식에 대해 이런 경고를 했습니다. “탐식에 걸리면 음식을 적절히 먹다가도 개걸스럽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먹으려 합니다...마귀는 자주 우리의 위 속에 거주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이집트 전체를 삼키고 나일강물을 모두 마신후에도 만족하지 못하게 합니다...탐식은 우리의 원수, 불행을 만들어내는 자, 정념의 입구, 아담을 타락하게 하고 에서를 멸망하게 한 것, 모든 더러움의 안내자입니다.”(요한 클리마쿠스/최대형 옮김, 『거룩한 등정의 사다리』 (서울: 은성출판사, 2013), 161-168).
요한 클리마쿠스는 에서가 떡과 팥죽에 장자의 명분을 판 것은 탐식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본문 30절에 보시면 에서가 야곱에게 내가 피곤하니 그 붉은 것을 내가 먹게 하라고 말합니다. 여기의 먹게 하라는 것은 명령형입니다. 히브리어 원어의 뜻을 조금 더 살린 다면 ‘나로 삼키게(swallow)하라’고 명령합니다. 이것은 에서의 (탐식)의 욕망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구약성경에서 유일하게 여기서만 나오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압력을 가하다(jawbone)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봅니다(Claus Westermann, Genesis 12-36 trans, John J. Scullion (Minneapolis : Augsburg Publishing House, 1985), 417-418).
그러니까 지금 에서는 자신의 탐식의 욕망 때문에 야곱이 가지고 있는 떡과 팥죽을 압력을 가하면서 빼앗고 있는 것입니다. 에서의 탐식의 욕망은 지금 자기가 피곤하고 배고프다는 이유로 야곱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욕심을 내면서 강제로 달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중심적 욕심의 욕망에 빠지면 다른 사람의 사정이 보이지 않고 오직 나만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욕심의 욕망에 빠지지 않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31절에 보시면 에서의 부당한 요구에 야곱이 그러면 형의 장자의 명분을 내게 팔라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에 장자의 명분은 매우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권위를 승계 받고, 가문의 대표자로 인정을 받고, 유산도 두 배나 더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에서는 팥죽 한그릇에 자신의 장자 명분을 팔겠다고 했습니다. 에서가 탐식의 욕망에 사로잡힌 순간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하지 못하고 그 중요한 장자권의 명분을 팥죽 한그릇에 팔아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세상 것들에 탐욕을 가지면 분별력이 흐려져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세상것들에 탐욕을 갖지 않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탈북하신 분이 북한에서 참새를 잡는 방법을 말하는데 넓은 통에 나무를 받쳐 놓고 그 나무에 끈을 매 둔 다음에 그 통안에 먹이를 넣어두면 참새가 먹이를 먹으러 그 안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순간 끈을 잡아 당기면 통이 쓰러지면서 참새가 들어 온 입구를 막으면 참새가 잡힌다고 합니다.
베드로전서 5장 8절에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라고 말씀했습니다. 마귀는 오늘도 세상 사람들에게 세상의 먹을 것에 집착하게 만들어 영원한 영생을 잃어 버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마치 분별력을 잃고 세상속에서 오직 먹고 사는 것에만 집착하다가 에서와 같이 더 좋은 것을 가볍게 생각하며 잃어 버리고 있습니다. 세상은 영원한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잃어 버리면서까지 세상의 탐욕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의 썩어질 것들에 집착하느라 영원한 하나님을 잃어 버려서는 안됩니다.
야곱은 에서와는 반대의 사람입니다. 오늘 27절에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의 ‘조용한’(םת)이라는 히브리어 원문의 뜻은 ‘조용한’ 의미외에도 ‘온전한’ ‘경건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야곱은 침착하고 온전하고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옥스퍼드 원어 성경대전-창세기 제25B-36장』 (서울: 제자원, 2006), 42). 장자의 명분은 하나님이 주신 복입니다. 에서는 그 복을 가볍게 여겼지만 야곱은 그 복을 귀하게 여겨서 자기가 먹어야 할 떡과 팥죽을 포기하면서까지 장자의 명분을 선택했습니다. 무엇이 더 귀한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야곱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 동방교부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10장 16절에서 말씀하신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는 말씀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뱀은 공격을 받을 때, 머리를 건질 수만 있으면 신체의 다른 부분을 기꺼이 잘라 버릴 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뱀처럼 지혜로워지라는 말은, 신앙을 지킬 수만 있다면 다른 모든 것들- 재산, 명성, 친구들-을 기꺼이 잃을 태세가 되어 있으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의 신앙은 그것으로 모든 진리를 배우는 여러분의 머리입니다. 그렇게 배운 진리가 여러분 영혼을 자유롭게 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이현주 옮김, 『단순하게 살기』 (서울: 아침이슬, 2008), 113).
야곱은 뱀 같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있었던 떡과 팥죽을 기꺼히 형에게 주면서 형 에서가 가볍게 여긴 장자의 명분이라는 하나님이 주신 복을 대신 귀하게 생각했습니다. 야곱은 떡과 팥죽을 잘라버렸지만 더 큰 하나님의 장자의 명분이라는 복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세상적인 것들에 집착하는 마음을 잘라버리고 신앙을 귀하게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적인 것은 잘라버려도 살지만 신앙은 머리와 같아서 잘라버리면 영혼이 죽어 버립니다.
야곱은 비둘기같이 순결했습니다. 33절에 보면 야곱은 에서와 당시의 계약법에 따라 장자의 명분을 준다는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말로만 맹세하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에서가 모른척 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에서를 믿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34절에 야곱은 맹세한 에서에게 떡과 팥죽을 주자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습니다. 정말 순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겉으로 일어난 일은 야곱이 먹어야 할 떡과 팥죽을 에서가 먹고 가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장자의 명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야곱은 순결하게 믿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주시는 장자의 명분을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정말 역사속에서 에서는 장자로서의 권위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야곱은 훗날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뀌면서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되는 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장자의 복을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신앙의 축복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신앙은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중요합니다. 물질은 사라지지만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을 가진자들에게 하나님은 축복하십니다. 여러분들이 인생에서 신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야곱같이 하나님의 축복을 붙잡는 분별력이 있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 성도들이
세상의 보이는
물질을 붙잡지 말고
보이지 않는 영원한
신앙을 붙잡는
분별력 있는
성도들이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