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3세기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포르퓌리오스(AD, 233-306)는 『피타고라스의 생애』라는 책을 썼습니다. 피타고라스는 기원전 580년에 태어나 기원전 500년에 죽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입니다. 우리에게는 피타고라스가 자연철학자로, 또는 수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피타고라스는 피타고라스교라는 종교집단의 교주였습니다. 피타고라스 종교집단의 특징은 영혼불멸설을 믿었으며, 금욕생활을 했습니다. 특히, 피타고라스교는 ‘침묵’을 강조했습니다. 포르퓌리오스는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침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피타고라스가] 그의 추종자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예사롭지 않은 침묵[의 규칙] 있었기 때문이다.”(DK14A8a, 『피타고라스의 생애』 19)(김인곤 외, 『소크라테스의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서울: 아카넷, 2005), 172). 또한 다른 자료에 의하면 “피타고라스가 세운 [종교집단]공동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5년 동안 침묵수행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이한규, 『그리스철학 이야기』 (서울: 좋은날들, 2014), 54).
피타고라스의 영향으로 피타고라스 이후에 ‘침묵’이라는 단어가 그리스계통의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이런 ‘침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침묵 대신에 입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말씀합니다. 시편 34편 1절에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내 입술로 항상 주를 찬양하리이다.”고 말씀했습니다. 침묵은 기독교적인 용어가 아니라 이방 철학에서 기원한 용어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침묵수행을 통해 진리를 깨달으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미 깨달은 진리에 감사해서 입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합니다.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너무 기뻐서 침묵하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리를 발견한 사람은 입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시간 진리를 깨달은 여러분 모두 더 많이 하나님을 찬양하시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46-48절을 읽겠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은혜를 받은 자여 성령이 네게 임하여 네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 하라고 했습니다. 마리아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하며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마리아는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내 영혼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나같이 비천한 여자를 통하여 구세주 예수님이 태어나게 하신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기뻐서 하나님을 찬양한 것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고, 기도회를 하면서 말씀을 듣고 복음을 깨닫고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가 은혜를 받으니까 저절로 찬송을 부르며 찬양을 하는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피아노 앞에서 기타를 치면서 찬양을 많이 불렀습니다. 찬양을 하니까 찬양에 더 은혜를 받고 찬양을 작곡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고등학생들이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은혜받고 기쁘고 즐거우니까 저절로 찬양을 작곡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찬양을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저만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미국에 사는 제 친구중에 박상일이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작곡을 못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박상일 친구마저 찬양을 작곡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누르면서 작곡한 노래를 들어보라고 하면서 들려 주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지금도 앞 대목은 조금 생각나는데 ‘새노래로 여호와께 찬양드리세’ 뭐 이렇게 시작하는 찬양이었습니다. 저는 그 찬양을 들으면서 하늘이 노랗케 되었습니다. 이제 저만 찬양을 작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막 아무렇게나 지어서 찬양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납니다. 가사와 악보도 없습니다.
은혜를 받고 복음을 발견한 사람은 침묵하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진리를 발견한 사람은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서 입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편 150편 3-6절을 보시면 시편 기자는 나팔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하고, 소고치며 춤 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통소로 찬양하며,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고 호흡이 있는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하라고 했습니다. 목소리로만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악기를 동원하고, 심지어 춤추면서 하나님을 높이고 찬양하라고 했습니다. 내 인생을 구원해 주시는 구원자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마음이 너무나 기쁘고 즐겁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기쁨이 밖으로 나타나서 하나님을 입으로 악기로 춤추며 찬양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시간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여러분을 구원하시기 위해 찾아오신 예수님을 생각하시면서 침묵하지 말고 입을 열어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기원후 4세기 이집트 사막에는 기독교 수도사들이 모여서 수도생활을 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중에 아가톤이라는 수도사는 3년 동안 입에 돌을 물고 살면서, 마침내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푀멘이라는 수도사는 말하기를 “그대에게 임한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방법은 침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푀멘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12:27절)는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은 침묵을 택할 것이라.“라고 했습니다. 또한, 팜보라는 수도사에게 한 형제가 이웃을 칭찬하는 것이 좋은 일이냐고 물었더니, 팜보는 침묵하는 것이 더 좋다라고 대답했습니다(베네딕타 와드 편역/ 이후정, 엄성옥 공역, 『사막교부들의 금언』 (서울: 은성출판사, 2005), 66, 276, 277),
기독교가 4세기쯤 되었을 때 이집트의 기독교 수도사들 가운데 이렇게 침묵을 교회안에 받아들이면서 마치 침묵을 하는 것이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당시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성행했던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침묵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아뭏튼, 이때부터 침묵생활이 기독교 영성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돌을 물고 3년 동안 침묵을 배울 것이 아니라 입을 열어 찬양해야 합니다. 고난을 극복하는 길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침묵생활은 기독교 영성이 아니라 피타고라스로부터 내려오는 그리스 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침묵할 것이 아니라 입을 열어 위대하신 하나님을 찬양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49-50절을 읽겠습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했습니다. 능하신 이가 내게 행하셨으니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대대에 이르는도다.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발견한 사람은 침묵할 시간이 없습니다. 입을 열어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거룩하심과 긍휼히 여기심을 찬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9장에 보시면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셨을 때 온 무리들이 자기들이 본 바 모든 능한 이로 인하여 기뻐하며 큰 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여 이르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왕이여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는 영광이로다 하며 찬양했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게 제자들의 찬양을 막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40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 말씀했습니다. 제자들의 찬양을 막으면 돌들이 찬양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발견하고 복음을 발견한 사람은 가만히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진리를 발견한 사람은 입을 열어 예수님을 기뻐하고 찬양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여러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시며 기뻐하고 즐거워하시면서 예수님을 찬양하시기 바랍니다.
기원후 7세기 동방교회의 요한 클리마쿠스(AD, 579-649)라는 수도사는 『거룩한 등정의 사다리』 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천국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30계단의 사다리로 표현했습니다. 4세기까지만해도 침묵이 좋다하는 정도였는데 이제 7세기 정도까지 오면 침묵이 기독교 신학에 들어오기 지작햇습니다. 물론 개신교 신학이 아니라 아니라 동방교회와 서방 로마 가톨릭교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요한 클리마쿠스는 30개의 사다리 중에 27번째의 사다리에서 침묵(ἡσυχίας)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침묵을 이룬 사람은 신비의 중심에 이른 사람입니다. (...) 침묵이란 생각들을 배제하는 것, 심지어 합리적인 염려까지도 배제하는 것입니다.”(요한 클리마쿠스, 『거룩한 등정의 사다리』 (서울: 은성출판사, 2013(재판), 299, 305),
침묵이 피타고라스라는 철학자로부터 기원했기 때문에 다분히 철학적입니다. 침묵이 철학적이라는 말은 침묵에는 내 노력으로, 내 지성으로, 내 의지로 신앙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것은 내 노력, 내 지성, 내 의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고 성령의 능력으로 신앙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본문 54-55절을 읽겠습니다. 마리아는 찬양의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히 하시리라고 찬양합니다. 마리아는 마치 한편의 시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혹시 마리아가 이 시에 곡조를 붙여서 노래로 찬양했을 지도 모릅니다.
500년전 종교개혁은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찬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초기 종교개혁자들의 목표들 가운데 하나는 시편전체에 곡조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초창기의 시편찬송에는 가사와 멜로디밖에 없었으나 나중에 반주도 들어갔습니다. 1537년 당시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하고 있던 목사들이 제네바의회에 편지하기를 “시편은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높여주며 찬양을 통해 그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도록 열정을 우리에게 줍니다.”라고 썼습니다(존 칼빈/ 이형기 옮김, 『칼빈의 경건』 (경기도: 크리스찬다이제스트, 2002), 186-187, 225).
예배시간에 찬송을 부른다는 것은 곡조를 붙여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찬송을 연주하거나 찬송을 부르는 시간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입니다. 여러분 모두 찬송을 부르시면서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제 아내를 보니까 기분이 좋을 때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러더라구요.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하나님께 은혜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절로 찬양이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히 임하여 침묵하던 입을 여러 하나님을 찬양하는 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 시간
우리 성도들에게
은혜를 부어주셔서
고민하고 근심하며
침묵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어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송하고
찬양하는 분들이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