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로마의 철학자 보에티우스(480-524)는 『철학의 위안』 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보에티우스는 동로마 황제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알비누스를 변호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억울하게 반역죄에 연루되어 사형판결을 받아 처형되었습니다. 『철학의 위안』 은 보에티우스가 감옥에서 처형을 기다리면서 철학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에티우스는 그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슬픔의 안개가 걷혔을 때 나는 하늘을 보았고, 치료해 주는 이인 [철학]의 얼굴을 알아보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철학이 말했다. ‘내 아이인 너를 내가 어찌 버리겠느냐? (...) 죄없는 자가 동료도 없이 추방 당하게 두는 것은 철학에 어울리지 않는다. (...) 플라톤 당대에도 나 [철학]의 도움으로 그의 선생인 소크라테스가 부당한 죽음 위에서 승리를 얻지 않았더냐?”(보에티우스/ 이세운 옮김, 『철학의 위안』 (서울: 필로소픽, 2014(초판), 34-35).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자연사를 해도 죽는 것이 두려울 수 있는데 만약 누군가에 의해 사형을 당한다면 그 죽임은 얼마나 더 두렵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에 의지합니다. 보에티우스는 철학에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것들로는 죽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의지할 것이 없습니다. 오직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것 만이 죽음을 이기는 유일한 길입니다. 요한복음 11장 25-26절에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을 믿는 자는 죽어도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가 부활의 신앙을 믿을 때 우리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 모두 부활의 신앙을 가지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54-55절을 읽겠습니다. 백성과 장로와 서기관과 대제사장이 스데반 집사님을 공회앞에 잡아왔을 때 스데반 집사님이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성령을 거스린 것이라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마음에 찔려 이를 갈면서 스데반을 돌로 쳐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 때 스데반이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보자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았습니다. 스데반은 돌에 맞아 순교할 상황에서 하나님 우편에 서계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기원후 155년 지금의 터키에 스미르나의 주교 폴리카르푸스는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로마의 치안관이 폴리카르푸스를 화형시키기 위해 경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집정관이 폴리카르푸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의 수호신에게 맹세하시오”하고 다그쳐 경고하자 폴리카르푸스가 대답했습니다. “여든여섯해 동안 나는 그분을 섬겼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어떤 그릇된 행위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구원하신 왕을 어떻게 모독할 수 있겠습니까? (...) 결국 폴리카르푸스는 화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화형을 당하기 직전 하늘을 우러르며 다음과 같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순교자들 가운데 동참하고, 성령의 불멸 안에서 영혼과 육체가 영원한 삶인 부활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잔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 오늘 저를 순교자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희생제물로 당신 앞에 받아 주옵소서.“(하성수 역주, 『폴리카르프스 편지와 순교록』 (왜관: 분도출판사, 2000(초판), 149, 163-164).
폴리카르푸스는 영원한 삶인 부활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순교의 잔에 참여 하였습니다. 부활의 소망이 모든 순교의 고통을 이기고 순교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준 것입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생각하면서 죽음의 두려움을 모두 이길 수 있습니다. 이 시간 여러분 위에 부활의 믿음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59-60절을 읽겠습니다.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지도자들이 돌로 스데반을 쳤을 때 스데반은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며 예수님께 영혼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말했습니다. 누가복음 23장 34절에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 전에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못박은 사람들의 죄를 사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며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했습니다. 이 정신을 스데반이 그대로 이어받아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말아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교회사가 존 폭스는 『기독교순교사화』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순교를 기록했습니다. 그 가운데 종교개혁 당시 하란트 경은 로마가톨릭을 믿지 않고 개신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순교를 당했습니다. 그가 단두대에서 순교를 당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내 피는 나와 내 조상들이 목숨과 운명을 걸고 지켜온 자들에 의해 찾기우리라.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저들을 용서하옵소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그리고 그는 단두대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크게 외쳤습니다. “오 주여! 당신의 손에 내 영혼을 부탁하나이다. 저는 언제나 당신을 신뢰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받아 주옵소서. 나의 복되신 구세주이시여.”(존 폭스, 머리 킹 편저/ 양은순 역, 『기독교 순교사화』 (서울: 생명의말씀사, 2005(제2판), 118-119).
예수님과 스데반 그리고 하란트 경이 순교를 당할 때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을 사해주시고, 그들을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상식이라면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을 저주하고 분노를 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죄를 사해 달라고 하고,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말아 달라고 하고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무엇이 이분들에게 그렇게 말하도록 한 것입니까? 이분들에게는 성령이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는 성령의 열매가 나옵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라고 했습니다. 성령의 열매 가운데 사랑의 열매가 있습니다. 이 세 사람 모두 성령의 사랑의 열매가 나타났기 때문에 심지어 자기를 죽이는 원수 조차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태복음 5장 44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사랑 중에 제일 위대한 사랑은 원수까지 사랑하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내가 미워하고, 나를 미워하고 심지어 나의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은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이 충만하여 성령이 주시는 사랑의 열매가 나타날 때 우리는 내가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고, 나를 미워하는 자,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령이 충만히 임하면 성령의 사랑의 열매가 나타나서 내가 미워하는 자부터 사랑까지는 못해도 미워만 하지 안해도 소극적이지만 그것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나를 미워하는 자도 사랑하고, 심지어는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해방후 우리나라는 좌익과 우익의 사상 싸움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1948년 여순사건으로 당시 손양원 목사님의 두 아들도 좌익의 총에 맞아 순교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후에 두 아들을 죽인 좌익 사상에 물든 범인이 잡혔습니다. 이때 손양원 목사님은 자기 딸 손동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부흥회 때문에 집을 떠나야 한다. 네 오빠를 죽인 학생이 잡혔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네가 얼른 나덕환 목사님께 가서 그 학생에게 한 대도 매를 때리지 말게 하고 사형장에서 빼내 달라고 부탁해라 그를 내 아들로 삼을 것이니 그 뜻도 잊지 말고 전해야 한다. [딸 동희는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손양원 목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희야 내 말을 잘 들어 봐라 제1계명과 2계명이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도 똑같은 하나님의 명령인데 내 어찌 그 명령은 순종하면서 이 명령은 순종치 않는단 말이냐. [결국 손양원 목사님은 두 아들을 죽인 사람을 아들로 삼아 용서하고 사랑했습니다. 이 소문이 온 사방에 퍼지면서 기독교의 복음이 원수까지 사랑하는 훌륭한 복음이라는 소문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서울: 아가페출판사, 1995), 254-256).
오늘 본문에 스데반에게 성령의 사랑의 열매가 나타나자 순교의 상황에서도 원수까지 사랑했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주위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스데반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믿었습니다. 성령의 사랑의 열매가 나타나는 곳에 그 사랑을 보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시간 여러분위에 성령이 충만히 임하여 사랑의 열매가 풍성하게 나타나서 여러분의 사랑의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예수님을 믿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축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 시간
우리 성도들 위에
성령이 충만히
임하여
성령의 사랑의
열매가
풍성이 맺혀져서
그 사랑의 열매로
복음을 증거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창문교회(WINDOW CHURCH)
